시백 안종중 화백이 50여년 예술 여정을 되짚는 아카이브 전시회 ‘虛靜(허정): 덜어내고 비워내는 삶’이 다음달 7일까지 춘천 이상원미술관 2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1990년대 작품부터 최신작까지 서예, 전각, 문인화, 회화적 실험 등 안 화백의 예술세계를 아우르는 대표작과 아카이브 자료를 함께 선보인다. 특히 안 화백이 직접 새긴 전각 작품과 그 돌들을 함께 전시해 예술의 흐름과 변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허정(虛靜)’은 안 화백이 예술과 삶을 대하는 태도를 압축한 말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사물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을 뜻한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시대 속에서 진정한 새로움은 ‘비움의 마음’에서 비롯된다. 안 화백은 이런 철학 아래 덜어내고 비워내는 과정과 새로운 문인화의 형식을 확립해왔다. 그에게 비움은 공허가 아니라 다시 채우기 위한 여백이며, 이러한 태도는 불교와 노자의 사상이 담긴 서예와 전각 작품 속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특히 서예의 주요 단어를 전각으로 새겨 표현한 복합작품과 회화적 요소를 가미한 문인화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한 아카이브 섹션에서는 작가가 직접 제작한 가제본, 전각 파일, 창작 한시 원고, 과거 전시 리플렛과 평론 자료, 1980~90년대 단체전 도록 등을 통해 안 화백의 반세기 예술 여정을 한눈에 조명할 수 있다.
안종중 화백은 “작품을 그릴 때 베토벤이나 쇼팽 등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마음이 이끄는 대로 붓을 움직인다”며 “서예와 문인화를 통해 나의 예술적 생각과 표현 방식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5일 오후 3시 전시장에서는 김종길 미술평론가와 함께하는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된다. 이날 프로그램에서는 안 화백의 예술 철학과 작품 세계를 더욱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