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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원주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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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라

나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원주에 농구 경기를 보거나 교육받으러 오는 방문객에 불과했다. 지금은 주말마다 원주를 오는 바람에 반 원주사람, '원반인'으로 스스로를 소개하며 원주에서의 새로운 삶을 상상하고 있다. 원주에 오기로 결심하자 원주에 사는 친구들이 가장 먼저 하는 조언은 운전면허를 따라는 말이었다. 지금은 원주역에서 시내에 갈 때 버스는 돌아서 가고 배차 간격이 길어서 오래 걸리기에 택시를 주로 탄다. 편도 7,000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지만 버스를 탔더라면 1,700원은 버스비로 쓰고 나머지 5,300원은 원주중앙시장에서 커피 한 잔이나 간식을 사 먹고도 남는 돈이다.

처음 원주 지역 친구를 만들었던 프로그램에서 아카데미극장을 방문했다. 내부에는 극장을 지키기 위해 모금에 참여한 시민 한 명 한 명의 이름이 벽면에 가득했다. 나를 원주에 초대한 친구는 "아카데미극장 모금에 참여했을 때 내가 원주 사람이 됐다고 느꼈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쌓여있던 먼지와 쓰레기를 치우고 의자 하나하나 닦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원주 사람들의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원주자유시장의 분식점은 주말 이른 시간인데도 가족 단위의 손님이 많았다.

친구가 "여기는 오래된 가게가 많아서 어렸을 때 엄마 아빠가 와서 먹고, 나중에 커서는 아이와 같이 와서 먹으면서 추억을 나누는 곳이야"라고 말했다.

뉴트로(New-tro)가 청년세대의 인기를 끄는 이유는 쉽게 변하는 세상에서 오래된 흔적 안의 새로움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현대의 관점에서 과거의 산물을 재해석하고 다양한 문화와 세대의 교집합을 찾는다면 다른 세대의 경험을 공감으로 바꿀 수 있다.

원주에 새롭게 온 이주민과 원주에 정착해서 살아온 사람들인 선주민이 관계를 맺고 함께 새로운 기억을 쌓아갈 수 있는 곳으로 아카데미극장만 한 장소가 없다. 오랜 세월 선주민의 추억의 장소이자 앞으로 새로운 사람과 추억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아카데미 극장이 다른 곳에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먹거리와 구경거리가 있는 중앙시장과 함께 있기 때문에 장소적 가치는 배가된다.

개인이 소유한 차는 특정 장소에 함께 존재하더라도 분리된 다른 공간이다. 지역에 소속감을 느끼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과의 접촉이 일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원주민으로서의 정체성과 소속감은 지역을 지키는 고유한 문화로부터 오는 건강한 자부심으로 완성될 것이다. 반 원주사람, 원반인에서 원주민이 됐을 때 아카데미극장과 중앙시장 같은 원주의 다양한 재미와 가치를 소개하며 다른 사람을 원반인으로 만들어 원주의 매력에 빠지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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