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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어려운 장례문화 알기 쉬운 한글로 바꾸자

황장진 수필가

집안이나 친척, 친지, 마을에 초상이 났을 때 그 댁이나 병원의 빈소를 찾아가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이 눈에 띈다. 우선 ‘근조(謹弔)’라는 어려운 글자가 눈을 부릅뜨고 맞이한다. 전조등이나 기, 꽃목걸이에도 단골로 쓰는 낱말이다. ‘근조’를 한글 사전에서 찾아보니 ‘삼가 조상함’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조상’도 어려워 이것도 뒤져보니 ‘남의 상사에 대하여 조의를 표함. 문상. 조문.’이라고 되어있다. 이러지 말고 ‘근조’라는 어려운 말 대신 누구나 알기 쉬운 말, ‘슬픔’이라고 과감히 바꿔 쓰면 안 될까? 격이 떨어질까? 조상 대대로 물러 써 온 말이라 이렇게 바꿔쓰면 집안에 망신살이라도 드는 걸까? 젊은이 가운데는 한문을 배우지 않은 세대들도 있다. 한자를 모르는 국민도 상당수 있고.

또 한 글자, 고(故)자다. 국어사전에서는 “(죽은 사람의 성명 앞에 쓰이어) ‘이미 죽은’ 이의 뜻을 나타냄.”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제는 좀 바꿔보자. 고(故)자 대신 글자 수는 많지만, 알기 쉽게 ‘돌아가신’으로 바꾸면 불편할까? 빈소마다 즐비하게 서 있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꽃목걸이 띠도 ‘삼가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죄다 한글로 바꾸는 게 더 보기 좋고 누구에게나 알기 쉬울 것이다.

납골당에 들어가면 신위마다 위패에는 고(故)자가 눈엣가시처럼 띈다. ‘故’자 대신 ‘가신’이라고 하면 어떨까? 제단의 돌아가신 분의 얼굴 사진 밑에 마련한 지방 글씨도 죄다 한자로 되어있다. 누구나 알기 쉬운 한글로 과감히 바꾸자. 그 내용까지. 요즘은 빈소 들머리마다 아예 보조금 봉투를 많이 마련해 놓고 있다. 겉봉을 보면, 대부분 부의(賻儀)로 통일된 것 같다. 순수한 우리 말인 ‘조금’이나 ‘작은 뜻’이라 하면 어색할까?

앞으로 산소의 비문도 우리말 한글로 쓰자. 공원묘지, 공동묘지, 개인묘지든 어딜 가던지 이제는 비문이 한글로 많이 되어있어 알기 쉽다. 축문도 그렇다. 뜻도 모르는 어려운 한자투성이 글을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죄다 엎드려서 듣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누구나 알아듣기 쉬운 우리말 한글로 고쳐서 함께 추모하면 얼마나 좋으랴. 모든 생활문화가 잘도 변화 발전되어 가는 데 우리의 중요한 일상생활의 하나인 제사 문화만은 옛것을 그대로 지켜가는 게 마땅치 않다.

정부 관련 부처에서는 신앙이나 관습이라고 서로 눈치만 보지 말자. 어서 나서서 가정의례문화를 누구나 알기 쉽게 과감히 고쳐나가기를 바란다. 어이해서 누구나 알기 쉬운 말, 지구촌 제1의 자랑스러운 우리 한글을 엄연히 두고서 굳이 어려운 한자에 얽매어 억지 바보가 되어 불편하게 살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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