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법정 시한 또 넘긴 예산안…국회, 민생 외면하나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 2일 처리 무산
여야, 책임 서로 전가…8~9일 양일간 개회
민생을 최우선에 놓고 최종 협의 이어 가야

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처음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이 여야의 첨예한 대치 속에 국회 법정 처리 시한인 지난 2일 처리가 무산됐다. 헌법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2일까지 국회가 이듬해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야는 법정 기한 내 처리 불발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며 공방을 벌였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이철규·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은 이날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예산소위) 감액 심사 과정에서 의결되지 못하고 보류된 사업 예산에 대해 논의를 이어 갔으나 합의안 마련에 실패했다.

일부 사업 예산의 감액에는 합의를 봤으나 쟁점 예산 협의에 진전이 없었고 증액 관련 협의는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못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애초 이날 예정됐던 본회의를 열지 않고 오는 8~9일 양일간 개회하기로 하면서 결국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처리는 불발이 확정됐다. 여야가 그간 소위 ‘윤석열표 예산’과 ‘이재명표 예산’으로 충돌하며 예산 심의는 표류했다. 여기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문제까지 겹치며 협상은 난마처럼 꼬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체 수정안을 내 단독 처리를 할 수 있다고 압박하고, 정부와 국민의힘은 ‘준예산’ 편성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제 위기 극복, 민생 안정이 시급한데 예산안 늑장 처리라는 고질적인 병폐가 되풀이돼 유감이다. 정치권이 타협하지 않고 정쟁만 벌이면서 예산안 처리 시한을 상습적으로 넘기는 불법을 계속 일삼고 있는 것은 유권자를 무시하는 행위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 본회의 법정 시한이 지났지만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강원도 국비 확보에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강원도는 반도체 교육센터(신규 30억원), 서면대교 건설(신규 50억원), 춘천~속초 철도 건설(400억원), 폐광지역 관광산업 활성화 사업(21억5,000만원), 양양국제공항 인바운드 시범공항(100억원), 산불진화 임차헬기(26억원), 산악도로 기반 자율주행 실증평가 인프라(30억원), 바이오 트윈 기반 미래차 부품 고도화 기반 구축(20억원), 전기 수소차 핵심부품 및 차량 안전성 기반 구축(45억원), 광덕터널 도로 개설(7억원) 등을 신규 및 증액 사업으로 요청했고 대부분 반영됐다.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정부가 전년도 예산에 준해 잠정적으로 예산을 집행하는 준예산이 실행될 가능성도 있다.

예산안 처리가 기한을 넘긴 만큼 지금부터 심사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경제와 민생 최우선 관점에서 합의안을 도출해 무슨 일이 있더라도 9일까지는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코로나19로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국민을 위한다면 이번 예산 정국만큼은 여야가 정쟁을 뒤로하고 예산 심의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국회가 그간 정쟁에 몰두해 예산 심의를 방기한 만큼 민생을 최우선에 놓고 최종 협의를 이어 가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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