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규제 완화, 사회 전반 변화시키는 ‘국민운동’ 돼야

수도권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 후 도 직격탄
환경 지킨다는 명목으로 강원도 손발 묶어
시대와 환경 변화에 맞게 규제를 조정할 때

강원도는 수십 년 동안 자연과 환경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온갖 규제 늪 속에서 지내 왔다. 백두대간보호, 국립공원, 국유림, 유전자보호, 상수원보호 등 자연 분야 규제부터 접경지역, 동해안 철책, 폐광지역, 송전선로까지 엮인 수많은 규제로 손발 묶인 강원도의 몸부림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겹겹이 쌓인 철벽과도 같은 규제 때문에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상황임에도 중앙정부와 수도권에서는 환경 논리만 앞세워 강원도와 주민들의 발목을 잡고 옴짝달싹 못 하게 한다. 산림·농림·환경·군사 4대 분야 규제면적만도 강원도 전체 면적의 130%에 해당하고 특히 강원도 면적의 절반에 달하는 중복규제 문제가 심각하다. 분단 직후부터 시작된 군사규제가 수십 년 지나 대규모로 해제됐지만, 강원도는 국유지, 보전산지 등 또 다른 규제에 묶여 삽질 한번 못 하기는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동서고속철도와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수차례 난관에 부딪히는 것도 규제로 둘러싸인 강원도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문제는 수십 년 된 지역의 규제는 그대로 두고 수도권 규제를 풀어 가고 있다는 데 있다. 최근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적인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 이후 강원도 내 아파트에 대한 외지인 투자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기준 도내 아파트 매매거래 884건 중 외지인이 아파트를 매입한 거래는 245건, 27.7%로 조사됐다. 규제지역 해제 직전인 올 8월에는 이 비율이 33.5%였다. 외지인 투자가 활발했던 지난해 10월 도내 아파트 매매거래 2,742건 중 외지인 매입 비율이 45.4%(1,246건)였던 점을 감안하면 1년 새 17.7%포인트나 하락한 셈이다. 수도권과 가까운 춘천과 원주에서 외지인 매입 감소 폭이 컸다. 이처럼 외지인들의 도내 아파트 및 토지 매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지방 부동산의 취득세 중과 해제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환경과 국가 안보를 위한 규제는 현실에 맞게 수정되거나 완화해야 한다. 수도권은 시대 환경에 따라 규제를 조정하면서 지역의 규제는 그대로 둔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천혜의 자연환경은 지켜야 할 의무가 분명히 있다. 나아가 국가를 위한 숙명과도 같은 역할이라면 받아들일 수도 있다. 다만 의무만 강조하지 말고 그에 합당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정부는 환경 등을 위해 규제가 불가피한 지역이 있다면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행정규제 대신 산림 이용 극대화 및 게임클러스터·콘텐츠산업 등 그린산업을 집중 육성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적극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규제는 피해’라는 인식 대신 ‘규제는 발전’이라는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도록 해야 할 때다. 지금은 규제 완화가 일과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는 ‘국민운동’으로 발전되도록 치밀한 실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규제의 원래 취지를 살려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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