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사랑하는 제자들아 더 높고 멀리 날아라

배덕진 강원사대부고 교감  

벌써 여기까지 왔구나. 헐렁하던 교복이 몸에 모자란다 싶을 즈음이면 너희들은 어김없이 둥지를 떠날 준비를 하는 새들처럼 날개짓 하는구나. 새장을 여는 문지기의 마음으로 너희들을 보낸다. 아직은 어설프고 두려워서 큰 날개짓은 못하고 있지만 선생님들이 늘 지켜보고 있으니 염려 말고 높이 날아 보렴. 앞으로 파란 하늘, 아름다운 무지개, 세상의 모든 아침은 이제 너희들의 것이란다. 품속의 새끼들을 날려 보내는 어미새의 마음은 기대반 불안반 이구나. 얘들아, 고맙다. 입학과 동시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옥 같기도 했을 시간들을 잘 이겨내 줘서. 책 속에 파묻혀 지내야 하는 현실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많은 시험과 대입 준비를 위해 급행열차처럼 달려온 팍팍했던 시간들을 잘 견뎌내 줘서 너무 고맙기만 하다.

너희들은 우리 모두의 아들·딸들이었고, 우리 선생님들의 나무였단다. 크고 작은 나무는 나무 그대로, 푸른 나무는 늘 푸른 나무대로, 활엽수는 활엽수대로 정이 가고 예뻤단다. 어린나무가 갑자기 큰 나무로 자랄 수 없듯이 너희들도 마찬가지란다. 오랜 세월의 비바람을 겪으면서 뿌리가 깊어지고 둥치가 자라며 가지를 뻗어나가지. 그 끈기와 버팀을 참아내는 너희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없이 자랑스럽기도 했고, 또 한없이 아프기도 했단다. 사랑하는 아들·딸들아, 너희들의 눈빛을 보며 무슨 근심이나 없는지 눈여겨 보게 되었고, 기침 소리에 감기를 걱정했단다. 자식 같은 너희들이었기에 바르지 못한 길로 갈 때는 모질게 질책하며 화를 낼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단다. 따뜻한 말과 시선만이 사랑이 아니라 호된 꾸중도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었음을 이제 너희들도 알 것으로 믿는다. 되돌아보니 이름 하나하나 얼굴 하나하나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구나. 우리 선생님들은 너희들의 머릿속에 반짝이는 이상을 심어주고 싶었고, 너희들의 가슴 속에 뜨거운 사랑의 햇빛을 담아주고 싶었단다. 그런데 과연 무엇을 해주었을까? 그저 부족함과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소중한 아들·딸들아, 이제 다시 시작이다. 긴 인생 속에 어려움은 그저 찰나일 뿐이다. 끝없는 어두운 동굴도 결국에는 햇살로 아롱거리는 문이 있고, 그 동굴을 벗어나는 순간은 더 환한 하늘이 있음을 믿어보길 바란다.

승자는 넘어지면 일어나서 앞을 바라보고, 패자는 뒤를 돌아본다. 승자는 삶의 목적을 과정에 두나, 패자는 삶의 목적을 결과에 둔다. 너희들은 나약한 패자가 되지 말고 모두 다 승자가 되길 가슴으로 기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불꽃 튀는 경쟁 속에서도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잃지 말고, 정보 폭발의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말고 창의적으로 살아가길 바라며, 언젠가 다시 만날 때는 당당하게 자기 몫을 해내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으로 믿는다. 자, 이제 힘찬 날개짓으로 날아 보렴. 더 높게 더 멀리 그리고 성숙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길 바란다. 사랑하는 아들·딸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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