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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재난 수습’과 ‘책임감’은 지도자들의 핵심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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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석 취재담당부국장

참척(慘慽).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참혹하고 씻을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을 이르는 말이다.‘이태원 참사’로 158명의 젊은이들이 하늘의 별이 된 지 20여일 흘렀다. 158명의 부모들은 10월29일에서 시간이 멈춰 있고 참척을 당한 고통은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유족이 겪고 있는 참척의 고통과 젊은이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도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가 기능의 두 기둥은 경제와 안보다. 국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주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인 것이다. 경제와 안보는 결국 국민의 삶과 생명에 닿아있다. 그래서 국가 지도자들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애민(愛民)’이다. 애민이 바탕이 돼야 국민이 희생되는 사고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지도자들이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신속하게 사태를 수습하고 후속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조선시대로 시계를 돌려 두 지도자가 재난에 대응하는 모습을 사료에서 꺼내 본다.

 세종 8년(1426년) 2월 한양은 대형 화마에 휩싸이면서 2,000채 이상이 불타고 수십명이 사망했다. 세종은 먼저 이재민 구호대책을 세세하게 지시했다. 후속 대책도 꼼꼼하게 진행됐다. 도성 안의 도로를 넓혀 사방으로 통하게 만들었고 돈과 곡식이 있는 관청과 인접한 가옥을 철거했다. 민가 5채마다 우물을 하나씩 파서 물을 저장하게 했고 우리나라 최초의 소방관청인 금화도감을 설치했다. 대형사고에 따른 수습책이 일사불란하게 만들어졌고 5년 후인 세종 13년(1431년) 자체 평가를 통해 이런 대책들이 실제 효과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등 후속 점검까지 했다고 한다.

 성종 22년(1491년) 8월 삼척에서 집중호우에 따른 산사태로 백성 11명이 압사했다. 강원도 관찰사 김여석은 사고를 수습하자마자 성종에게 사직을 청했다. 자신의 부덕으로 사고가 발생했으니 책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사헌부 대사헌, 형조판서 등 출세가도를 달린 김여석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엇갈리지만 재난사고를 수습한 후 곧바로 책임있는 모습을 보인 점은 평가받아야 할 대목이다.

 시계를 다시 지난 10월29일과 그 이후로 돌려보자. 사고 위험이 있다는 112신고가 이어졌을 때 경찰력을 투입해 질서를 유지했어야 했는데 늑장 대응과 안전불감증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사고 발생 후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청의 책임이 없다는 회피성 답변과 거짓 해명을 이어가다 부실 대응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자 뒤늦게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경찰과 소방 인력 배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자 “유가족과 국민의 마음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책임자를 가려내기 위한 수사 과정에서도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벌이자 일선 소방관들이 반발하고 있다. 쉬는 날인데도 현장에서 대원들과 함께 뛰어다녔던 최 서장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아쉬움에도 정부가 중심이 돼 신속한 후속 조치와 함께 안전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어가야 한다. 우선 사고 원인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 그 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정착시켜야 한다. 안전에 대한 의식 전환을 위한 일상적인 캠페인도 필요하다.

 세월호 사고 8년만에 또다시 대형사고가 발생해 우리의 가슴을 짓누른다. 그러나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다. 이번에는 제대로 반성하고 제대로 된 재발방지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젊은이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이고, 지도자와 어른들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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