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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타임머신 여행 라떼는 말이야]만세 부르며 돌아온 조국…그들을 기다린 것은 간첩 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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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속초 마산호 납북귀환어부의 귀향

◇78일간 북한에 억류됐던 납북귀환어부 마산호 선원들이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총을 든 무장병력들이 당시 사회상을 보여주고 있다. 강원일보DB

바다는 어민에게 밭이자 생명줄이다. 자식들을 먹여 살리는 모든 것을 바다에서 얻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바다를 밭이라 부른다. 어부 아버지는 집 채 만 한 풍랑이 일렁이는 밭에서 양식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저장 잡히며 배에 올랐다. 1960년~1980년 초까지 동해안에서 조업하는 어민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생업에 종사했다.

당시 기동력을 앞세운 북한 해군 경비정들이 남쪽으로 내려와 고기잡이 어선들을 끌고 가도 눈앞에서 바라볼 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시절 이야기다.

우리 군이 우리국민을 자력으로 보호하지 못하는 비극은 90년대 후반 들어 대한민국의 국력이 경제발전과 함께 좋아지면서 사라졌다.

고기잡이배를 탄 동해안 어부들은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납북돼 강제로 북측에 억류됐다가 풀려나는 사건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동해안에는 1500여명 넘는 납북 귀환어부 가 발생했다. 정부와 정보기관에서는 납북귀환어부들은 정권유지 및 승진의 발판으로 삼아 간첩으로 몰아댔다. 남과 북은 어디에서든 어민들의 인권은 존중되지 않았고 어민의사와 무관하게 각 정부의 선정도구로 이들을 활용했다.

◇1982년 7월13일 납북됐던 마산호 선원들이 78일만에 풀려나 9월29일 속초항으로 돌아오며 만세를 부르고 있다.

북한 정부는 강제로 끌고 간 어민들을 북에 정착시키기 위해 온갖 회유로 남을 버리고 북을 선택하게 했다. 이런 공작을 뿌리치고 조국과 가족을 보기 위해 남으로 내려온 어민들에게 기다린 것은 간첩이라는 누명이었다. 당시 경찰과 검사들 그리고 정권에게 나는 먹잇감이었다. 그들은 평범한 시민을 간첩으로 만들고 그 댓가로 포상과 승진을 했다. 나를 고문하면 할수록 그들에겐 권력욕을 누렸다. 살려달라는 비명은 그들에겐 사회적 성공을 알리는 알람소리였다.

1982년 7월13일 울릉도 동북쪽 150마일 대화퇴 어장에서 어로 작업하면 제5 마산호가 북 경비정에 의해 청진항으로 끌려갔다. 35명의 선원들은 78일간 억류 끝에 9월29일 귀환했다. 귀환한 어민들은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피납 경위 및 억류기간 동안 강요당한 사상교육, 공작지령들을 폭로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귀환어부들은 보름 후인 10월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납북경위와 북한 실상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북으로 끌려간 어부들은 원산 국제여관(노년층), 송도원여관(젊은층)에 수용됐다. 하루 11시간 이상씩 집중적인 사상교육을 받았다. 사상교육은 새벽 6시부터 자정이 넘도록 강해했으며 공장, 유원지, 박물관 들을 견학시킨 후 감상문을 쓰도록 했다. 아침식사 후에는 노동신문을 한 장씩 나눠주고는 김일성 찬양 논설과 남측 비난기사를 읽도록 하고 토론을 벌이는 『아침독보회』를 실시했다. 독보회가 끝나면 사회주의 우월성에 관한 이론학습을 진행했다. 개별적인 교육성과를 심사하는 담화시간 등이 이어졌다. 저녁식사 후에는 김일성 찬양 영화 관람이나 김일성부자를 찬양하는 노래 학습이 매일 계속됐다. 또 교육 중에는 김일성의 은혜에 감사하는 편지쓰기,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구두서약 등을 강요했다.

◇돌아온 마산호 선원들을 보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이 속초항 부두를 가득 채우고 있다.

남과 북에서 동해안 어민들은 체제 선전을 위한 좋은 재료이자 먹잇감이었다. 분단이 낳은 비극이 지금도 진행형이다.

가족의 먹여 살리기 위해 바다에 나선 어민들은 거친 파도보다도 반공법으로 목을 조른 정부가 더 괴물이었다. 국가폭력으로 만들어진 비극은 특별법을 제정해 일괄 구제해야 한다. 과거 독재정권이 남긴 적폐를 언제까지 피해자들이 치울 수는 없다. 본보와 강원민주재단은 지난 11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 심포지엄을 열었다. 억울한 피해자들을 위한 특별법 제정 및 피해자 구제, 기념·치유센터 설치 등 방안을 마련하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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