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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이웃사촌’ ‘이웃 원수’

우리 국민의 60%는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에 산다. 일부 대도시 지역은 공동주택 비율이 80%를 넘는다. 하지만 먼 친척보다도 가깝다는 ‘이웃사촌’이 ‘이웃 원수’가 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바로 층간소음 갈등 때문이다. 더불어 사는 배려의 지혜가 필요한 세상이다. ▼더불어민주당 허영(춘천갑) 국회의원이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층간소음 민원 접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만6,257건(전화상담 기준)에서 2021년에는 4만6,596건으로 민원 접수가 77% 증가했다. 연도별 전화상담 접수 현황은 2019년 2만6,257건, 2020년 4만2,250건, 2021년 4만6,596건, 2022년(8월 기준) 2만5,977건이었다. ▼층간소음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때론 살인극까지 벌어진다. 2016년 7월 경기도 하남의 아파트에서 아랫집 30대 남성이 위층 집에 갑자기 들이닥쳐 60대 후반 노부부에게 흉기를 휘둘러 부인이 숨졌다. 직업이 없는 이 남성은 주로 집에 있으면서 폐암을 앓는 어머니를 간병하다 신경이 날카로워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사소한 소리도 귀에 한번 꽂히면 좀처럼 떨쳐내기 어렵다. 윗집이 대개 가해자이지만 때론 아래층이 우퍼스피커를 천장에 대는 등 보복전도 벌어진다. 경찰관을 불러 봐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둘 중 한 집이 이사 가지 않는 한 도돌이표가 될 수밖에 없다. ▼층간소음에서 간과해선 안 되는 사실이 있다. 바로 윗집만 소음 원인이 아니란 점이다. 특히 국내 아파트의 절대다수가 벽식 구조다. 작은 소리조차도 벽을 타고 대각선 집이나 심지어 한두 집 건너까지도 전해진다. 아랫집 소음 또한 위로 올라온다. 정부는 2014년 시행한 슬래브 두께 210㎜ 이상 의무화에 멈추지 말고 정밀한 층간소음 저감 시공법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멀고 더디게 보일지라도 분자처럼 쪼개져 가고 있는 우리의 공동체의식을 되살려내는 일이다.

권혁순논설주간·hsgw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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