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정치권, 추석 민심 파악했으면 제대로 반영해야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고 악재'' 가시화
투자심리 위축, 국내 대기업 투자 줄여
경제 살리기에 모든 가용자원 총동원을

정치권은 추석 연휴 민심을 바로 읽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 무엇보다 국정을 책임져야 할 여당이 갈라져 싸우는 모습은 그 자체로 국민을 철저히 무시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정파적 이익 때문에 골탕 먹는 것은 상대 정치 세력이 아니라 국민임은 너무나 분명하다. 여당은 물론 모든 정치권이 더 냉정해져야 한다.

이번 추석 민심은 어려워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여야가 힘을 합쳐 난관을 뚫고 나가라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게 지금 우리 경제가 당면한 모습이다. 즉,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 악재’가 가시화하면서 기업들의 긴축 경영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주요 대기업뿐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기회로 급성장한 IT(정보기술) 업체도 투자 계획을 줄이고 있다. 투자심리 위축 현상은 국내 재계 전체로 번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 하반기 국내 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축소하겠다”고 답한 기업이 28%나 됐다. 대기업 10곳 중 3곳이 투자를 줄이겠다고 한 셈이다. 산업계에서는 이제 시작이라는 반응이다. 올해 하반기까지 미국 등 주요 국가의 금리 인상이 계속 예정된 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수그러질 가능성도 적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 2007∼2008년 금융위기 때와 지금의 위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에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미·중 신냉전 기조까지 겹쳐 복합위기 국면이다. 우리는 중국이 기침만 해도 감기에 걸린다고 할 만큼 중국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성장률은 0.35%포인트 하락할 정도로 압박받는다. 이런 우려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어 올 5, 6월 연속으로 대중(對中)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대중 무역수지가 두 달 연속 적자가 난 것은 28년 만이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상반기 92억달러 적자,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1~8월 133억달러 적자 등 무역적자 누적은 곧 대형 위기를 알리는 위험 신호였다.

올 상반기 무역적자는 103억달러로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 같은 위기 신호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경제 환경은 서민들의 삶의 무게를 더욱 무겁게 한다. 일자리는 없고 물가가 오르면 누가 가장 고통스러워할 것인가. 다름 아닌 배고픈 서민들이다. 이들은 누가 돌보고 어루만져 줘야 하는가. 정부와 정치권을 포함한 지도층들이 맨 앞에 나서야 할 것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민심을 잘 살피고, 변화가 있다면 이를 외면할 게 아니라 당당히 좇아야 한다. 민심을 등에 업으려 들 게 아니라 민심 앞에 겸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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