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빚으로 버티는 자영업자, 이대로 방치해선 안 돼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에도 후유증 심각
대출액 역대 최대 13조4,370억원, 빚으로 연명
스스로 경쟁력 키울 수 있는 여건 조성해 줘야

강원도 내 자영업자들이 근간마저 위협받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에도 강원도 내 자영업자들의 대출 규모는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거리두기로 내수 부진이 심화된 가운데 물가폭탄을 정통으로 맞은 자영업계의 대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일 한국은행의 산업별 예금은행 대출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 2분기 도내 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13조4,370억원으로 전 분기(13조2,000억원)보다 2,37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증가 폭(2,370억원) 비중을 산업별로 보면 도·소매업(30.44%), 숙박·음식점업(13.95%) 등 자영업계 대출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이 기간 도내 도·소매업 대출 잔액은 2조2,330억원이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7년 3분기 이후 가장 많았다.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경영 위기가 심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장사는 인건비 등으로 빚만 늘어나는 형국이다. 사업을 접든지, 빚을 내 버티기에 들어가든지 선택의 기로에 선 자영업자가 부쩍 많아지고 있다. 장사는 잘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들이 몰려 있는 숙박·음식점 업종은 대출 증가 폭이 높다. 올해도 지금까지는 전망이 밝지 않다. 내수 부진에 인건비 급등까지 겹치면서 자영업 몰락이 구조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자칫 중산층이 붕괴될 수 있다. ‘경제의 허리’인 중산층이 무너지면 지역경제가 장기적인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지역경제는 수출과 투자 부진이 제조업 침체로 이어지고 소비에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성장세가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에 대한 과도한 불안심리가 작동하며 가뜩이나 위축됐던 경기가 더욱 쪼그라들었다.

이로 인한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주춤하고 있지만 그 후유증은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대로는 금융 불안, 성장세 둔화 등과 맞물려 지역경제의 위기가 갈수록 고조될 수 있다. 따라서 영세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을 서둘러야 한다. 물론 시대에 뒤떨어진 자영업자들을 무조건 돕자는 말은 아니다. 신산업의 개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자영업자들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세자영업자의 몰락은 지역경제에 무거운 족쇄를 채워 놓은 것과 같다. 최상의 대안은 경기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세금을 쏟아붓는 인위적 경기 부양에 기대기보다는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고금리의 덫에 빠지는 것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들이 필요하다. 공급 과잉과 소득 저하의 악순환을 겪고 있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자활 대책도 빼놓을 수 없다. 영세자영업자들을 살리는 것을 지역 정책의 우선순위에 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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