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두고 북상 중인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5일부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 등 수도권 북서부지역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국이 포함되겠다는 것이 기상청의 예보다. 태풍의 위력이 정점에 이르는 5∼6일엔 전국에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예상된다. 힌남노는 최악의 태풍으로 꼽히는 2003년 ‘매미’와 시기는 물론이고 강도와 경로까지 비슷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매미는 추석을 앞둔 9월 대만 남동부 해안을 지나 비바람을 몰고 상륙해 강원 동해안 지역 등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전국적으로 119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실종됐으며 4조2,000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이재민 수도 6만명이 넘는다.
대만 남동쪽 해상에서 세력을 키워 접근 중인 힌남노는 상륙할 즈음엔 최대 풍속이 초속 50m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6일까지도 중심기압은 950hPa, 최대 풍속은 초속 43m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람이나 커다란 돌이 날아갈 정도의 위력이다. 이 때문에 전국적으로 초속 15m를 넘는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태풍의 길목인 대만∼남해 해역의 수온이 30도로 유례없이 높은 상태여서 뜨거운 수증기를 한껏 빨아들인 힌남노가 물 폭탄을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기상청은 5∼6일 남부 지방의 시간당 강수량이 50∼100㎜, 총강수량은 500㎜가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으로서는 역대급 규모의 태풍에 대응하기 위한 최선의 대책은 바로 철저한 대비다. 재난 대비 역량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할 때다.
통상 여름태풍보다 더 많은 비를 흩뿌리는 가을태풍은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안겼다. 기상청은 “지금껏 한 번도 예상 못 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4일부터 강원도 내에도 비가 오기 시작했다. 지난달 내린 폭우로 가뜩이나 비 피해가 큰 상황이라 걱정이 더 크다. 게다가 추석 연휴를 불과 나흘도 채 안 남긴 시점이다. 농작물 피해가 커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정부와 지자체는 벌써 태풍 힌남노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만반의 대비 태세에 돌입했다. 끝까지 긴장과 경계를 늦추지 말고 폭우 피해 예상 시설물을 점검하고 산사태, 축대 붕괴, 하천 범람 같은 재난 발생 시 신속한 대피와 구호 계획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재난 대비는 늘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불가항력적인 천재라고는 하지만 대처만 잘한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