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 특별재난지역

집중호우로 물난리를 겪고 나니 며칠 새 언제 그랬냐는 듯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긴다. 지난 8일부터 17일 사이 5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진 횡성 곳곳이 큰 피해를 봤다.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선포로 피해 집계와 복구에 속도가 붙고 있다. ‘강원권 집중호우 중앙재난피해조사단합동본부’가 횡성군청에 차려졌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로 복구에 국비 지원이 많아져 지자체 부담을 덜게 됐다. ▼횡성의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사상 처음이다. 1995년 7월18일 공포된 재난관리법(지금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의 특별재해지역 제도 시행 이후 그렇다. 예로부터 횡성은 자연재해가 별로 없었다. 장마나 폭설에도 주민들의 삶과 산업은 큰 지장이 없었다. 산불, 대형사건·사고 같은 사회재난도 잘 예방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기업 유치와 귀농·귀촌이 꾸준하다. ▼집중호우 피해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산림 개발이다. 횡성의 면적은 전국 260여 시·군·구 가운데 17번째로 넓다. 수도권이 가까워 전원생활을 누리려는 도시민들이 몰려 골짜기마다 택지 개발과 축사 신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집중호우 피해 지역 상당수가 개발을 위해 인간이 손을 댄 지점들이다. 산림 개발을 위한 체계적인 계획과 제도적 통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지역 개발이 지역의 이익으로 돌아와야 한다.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자본이 자연을 훼손하고 이윤을 챙겨 떠나면 주민들은 두고두고 피해 복구에 매달려야 한다. 민간위원회를 2중, 3중으로 만들어 주민들의 동의가 있어야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계기로 피해 파악과 항구복구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왜 자연재해가 없는 횡성이 특별재난지역이 됐는지 돌이켜보고, 만약 바로잡아야 할 점이 있다면 하루빨리 시정해야 한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비가 내려 불가항력이었다며 ‘하늘 탓’으로 돌리지 말아야 한다. 천재(天災)와 인재(人災)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하물며 막을 수 있는 천재는 아니었는지 다시 살펴야 한다.

유학렬부국장·hy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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