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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디지털인재 100만 양성, 지방대학은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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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까지 고졸, 학사, 석·박사급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완화, 지방대 직격탄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대책 마련해야 할 때

많은 지방대학이 문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 지방대학의 입지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현실이다. 학생수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데 수도권 대학의 학생 흡입력은 여전히 거세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역량이 부족해 문을 닫는다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지방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학의 생존이 위협되는 상황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젊은이가 떠난 마을처럼 대학 캠퍼스와 학생이 사라진 도시를 생각해 보라. 지역으로서는 큰 손실이고, 주민의 삶의 질은 더욱 피폐해질 것이다. 수도권 집중과 불균형 발전도 심화될 게 뻔하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2026년까지 고졸, 학사, 석·박사급 디지털 인재 100만명을 양성하겠다며 지난 22일 발표한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이 수도권 대학의 정원 규제를 완화해줘 오히려 강원도내는 물론 전국 지방대들이 어려움을 맞게 됐다. 디지털 분야 전문가들이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며 강원도를 비롯한 지방대는 학부 정원을 늘리고 싶어도 교원을 확보할 수 없다. 그야말로 디지털 인재 100만명 양성은 지방대학으로서는 그림의 떡이 된 꼴이다.

 문제는 또 있다. 정부가 밝힌 수요 부족분이 전국적으로 5년간 73만8,000명인데 반해 인재 100만명을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공급 과잉’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방대학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정책의 치밀함도 찾아볼 수 없다. 정부는 지방대학의 위기를 절실히 느끼고, 국가 차원에서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 살아남은 것이 강하다는 시장(市場)의 원리에 지방대학을 맡겨서는 곤란하다. 대학발전과 구조 개혁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해결된다. 개별 대학의 경쟁력을 철저히 따져 봐야 한다. 하지만 지역 여건과 국가의 균형발전 비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지금 대학들은 구조개혁에 대한 중장기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지 못한 채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고등교육은 하나의 생태계다. 지방에 교육 중심 대학이 없다면 교수 자원을 배출하는 수도권 연구 중심 대학도 존립하기 어렵다. 지방대학이 사라지면 학문적 다양성과 역동성도 훼손된다. 그럼에도 지금의 대학 발전방향과 구조 개혁 프레임은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의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문제는 지방대학 내부에도 있다. 지방대학은 희망찬 비전을 바탕으로 대학의 역동성을 살릴 불씨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이 잘할 수 있다는 믿음,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사라지면 어떤 외부의 도움도 무색하다. 경쟁력을 잃고 교육적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대학은 문을 닫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전체 대학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지방대학의 위기를 방관하라는 뜻은 아니다. 고등교육 생태계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대학을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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