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형평성 논란 지방소멸기금은 전면 보완돼야

정책 취지 제대로 못 살려, 道 최고등급 전무
전남, 경남, 경북 등 남부지역에 집중
단순한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재단해선 안 돼

1조7,500억원의 투자지역을 확정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은 향후 전면 보완돼야 한다. 정책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멸위기의 강원도는 최고등급이 아예 없다. 도내 12개 인구감소지역 중 평창과 정선이 지방소멸대응기금 기초계정(시·군·구 직접지원)에서 B등급을 받아 도내에서 가장 많은 168억원의 기금을 확보했다. 210억원을 지원받는 인구감소지역 A등급은 충남 금산, 전남 신안, 경남 함양, 경북 의성 등 4곳으로 남부지역에 집중됐고 강원도는 한 곳도 없다. 지방소멸은 지방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중심 정책이 파생시킨 부작용이다. 수도권 과잉이 해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정책도 효과를 보기 힘들다. 특히 강원도는 국가의 특별한 배려가 없으면 지방소멸은 불 보듯 하다. 인구 10만 구(區)지역에 기금이 많은 것도 문제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부산광역시 서구, 대구광역시 서구 등은 태백, 삼척 등 도내 9개 지역과 같은 C등급으로 140억원을 받게 된다. 관심지역인 인제군의 기금보다 3배 이상 많다. 전국 관심지역 중 유일하게 A등급을 받은 광주광역시 동구 역시 인제보다 10억원 이상 많은 53억원을 확보했다. 객관적인 인구 지표만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어떤 정책도 완벽할 수는 없다. 시행 후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보완해야 한다. 불협화음과 갈등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정책을 집행하면 또 다른 부메랑이 초래된다. 문제는 이런 정책의 보완책 역시 시뮬레이션 등을 통한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급한 불만 끄면 된다’는 식의 땜질식 처방에 그쳐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부작용이나 반발을 낳는 원래 정책의 본질은 그대로 둔 채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 대증적 처방은 엄청난 예산 낭비일 뿐만 아니라 대책이 또 다른 대책을 낳게 돼 정책의 신뢰성도 크게 떨어뜨린다. 지역소멸과 연계돼 있는 인구 정책은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1983년부터 출산율이 인구 유지선인 2.1명 이하로 떨어졌는데도 1995년도까지 산아제한 정책을 계속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100조원 넘는 돈을 저출산 해소에 쏟아붓고도 2022년 1분기 현재의 출산율은 0.86명이다. 참담한 결과를 받아 들고서야 쓰디쓴 교훈을 곱씹고 있는 셈이다.

단순한 인구의 과소만을 가지고 획일적으로 재단해서는 정책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정책의 성패는 신뢰와 일관성에 있다. 수립 과정에서야 치열하게 토론하더라도 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고 확실해야 한다. 잘 조율된 정책도 부작용이 생기는 판에 어설픈 정책은 국민의 기대만 높여 놓은 상태에서 상실감만 안겨준다. 조속히 사회적 합의 기구를 구성해 과감한 전략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저출산 문제의 사회적 회복력을 구축,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