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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물에게도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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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근원은 물이다.’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가 남긴 명제다. 물론 현대에 이르러 물 역시 분자 구조로 이뤄진 ‘물질’임이 밝혀지면서 이 명제는 틀린 것이다. 하지만 최초의 철학적 사고를 통한 성찰, 인간이 비로소 신(神)에서 벗어나 사고를 하기 시작한 것에서 탈레스에게는 ‘최초의 철학자’라는 영예가 붙는다. 탈레스가 살던 고대 그리스에서도 물은 매우 소중한 존재였기에 이런 명제가 나온 건 아닐까. ▼현대에도 물은 소중한 존재다.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아도 상당 기간 살아갈 수 있지만, 물은 다르다. 몸의 수분이 고작 1%만 부족해도 ‘갈증’을 느끼고, 3%가 부족하면 혈액 속 수분이 줄어든다. 5%가 부족하면 몸이 이상 반응을 보이고,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다. 10%가 부족하다면 몸의 장기들이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 즉 사망에 이르게 된다. ▼요 며칠 물은 참 성가신 존재로 느껴졌다. 한반도를 덮은 비구름은 쉴 새 없이 물폭탄을 쏟아냈고, 숱한 피해를 남겼다. 심지어 소중한 생명까지 앗아갔다. 직관적인 피해액만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예상된다. 또 장마에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는 추석을 앞두고 고물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문제는 이 같은 폭우 상황이 앞으로 더 잦아질 것이라는 예보다. 기후변화로 우리가 감내해야 할 몫이라는 얘기다. 지구가 펄펄 끓기 시작하면서 예고됐던 일들이 현실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춘천과 원주를 출퇴근하면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은 필수품이다. 요 근래 선물로 받은 텀블러에 미리 얼려 놓은 얼음과 집과 사무실에서 내린 커피를 담아 다니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1년 기준으로 500개 정도의 플라스틱 컵을 아끼는 셈이다. “최소한 우리가 지나온 길은 바뀌잖아요”라는 한 광고 카피 문구처럼 눈곱만치 작은 변화이지만, 분명 바뀌는 게 있다. 덧붙인다면 앞으로는 치수(治水)가 아니라 경수(敬水)를 해야 하지 않을까. 물을 다스리기보다 이제는 존중해야만 우리가 살 수 있다.

허남윤부장·paulh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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