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재고쌀 넘쳐나는데 대풍, 가격 하락 대책 시급하다

도내 26개 농협 지난해 쌀 재고 1만8,000톤
농자재·면세유 올랐는데 수매가는 인하 우려
정부·지자체 고충 덜어줄 통합 정책 수립해야

햅쌀 수확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2년 연속 풍년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강원도 내 미곡처리장에는 수매한 재고쌀이 넘쳐나고 있다. 최근 쌀값 폭락의 가장 큰 원인은 지난해 대풍이다. 쌀 생산량이 수요를 크게 웃돌면서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풍년에도 농민들의 얼굴에 주름이 깊어지고 있는 이유다. 도내 26개 농협이 지난해 수매한 뒤 판매하지 못한 쌀 재고량은 역대 최대 규모다. 강원농협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회원농협의 쌀 재고량은 1만8,000톤으로 2021년보다 47%나 많다. 도내 최대 곡창지대인 철원지역 4개 농협에는 지난해 수매한 5만6,900톤의 쌀 중 4,000여톤이 재고로 남아 있다. 이들 농협은 재고량 증가 및 쌀값 하락으로 올해 모두 110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 1만3,492톤을 수매한 원주 문막농협 등 원주지역 6개 농협도 2,900여톤의 재고를 떠안고 있다.

정부는 공익직불제를 시행하면서 자동시장격리제도를 도입했다. 쌀값 하락분의 85%를 보전해주는 변동직불제를 폐지하면서 쌀의 안정적 공급과 쌀값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부의 3차 시장 격리에도 불구하고 최근 소매가가 지난해에 비해 20%가량 떨어졌다. 통계청의 산지 쌀값 동향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현재 20㎏ 쌀 평균 가격은 4만원대다. 1년 전 5만원대였던 것이 1만원 정도 하락했다. 농민들이 쌀값 폭락을 막을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쌀 수매 배정량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늘어난 물량을 수용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햅쌀 출하를 앞둔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농자재 및 인건비, 면세유, 전기료 등의 인상으로 고충을 겪는 농민들이다. 수매가마저 인하된다면 그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신뢰할 수 있는 발 빠른 쌀값 안정 대책 마련에 총력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

더 이상 쌀값 하락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쌀 가격 하락은 곧바로 농가 소득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농협이 하고 있는 쌀 수매와 방출 제도를 이전처럼 정부가 수매하고 목표 가격제를 도입하는 등 정부 차원의 획기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쌀값이 폭락하자 강원도와 농협 강원지역본부 등은 쌀 소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민간의 쌀 소비 촉진 운동 정도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적으로는 곡물 가격이 치솟아 식량 위기라고 난리인데 귀중한 식량인 쌀 문제를 이렇게 허술하게 다뤄서는 안 된다. 정부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CPTPP 회원국의 농수산물 관세 철폐율은 96%에 이른다. 사실상 전면 개방에 가까워 농어업계에선 국내 농산물 값 급락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책은 없으니 한숨만 나온다. 정부 차원의 통합 정책 수립과 시행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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