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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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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제자인 증자의 어린 아들이 시장에 가는 엄마를 따라가겠다고 떼를 썼다. 증자의 아내는 아이를 달래려고 “얌전히 기다리면 돼지를 잡아 맛있는 음식을 해주겠다”고 했다. 아내가 집에 돌아오니 증자가 마당에서 돼지를 잡으려 하고 있었다. 깜짝 놀란 아내는 “그냥 해본 소리”라며 말렸다. 증자는 “아이는 부모가 하는 대로 따라 배우는 법인데,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아이가 뭘 배우겠느냐”며 돼지를 잡았다. 약속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고사다. ▼중국 진나라 재상 상앙은 약 9m 높이의 나무를 남문 저잣거리에 세우고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는 사람에게 십금(十金)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도 옮기려는 사람이 없었다. 상앙은 다시 오십 금을 주겠다고 하였다. 이번에는 옮기는 사람이 있었다. 상앙은 즉시 오십금을 주어 백성의 믿음을 얻은 뒤 법치주의의 기틀을 세웠다. 이후 나무 옮기기로 백성들에게 믿음을 주었다는 ‘이목지신(移木之信)’은 위정자가 국민을 속이지 않고 신의를 지킨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리스는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500년이 흐른 2009년 국가부도 위기를 맞는다. 당시 요르요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부정부패와 탈세 등이 그리스 경제위기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정치가 할 일, 안 할 일 가리지 않고 대중의 인기에 영합해 빚어진 실패다. 민주주의가 초심을 잃고 타락하면 그 종착점은 어디인지 그리스가 민주주의의 성지에서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벌써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쏟아지는 민원에 얼굴을 찌푸리는 일은 없었는가. 혹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주민을 받들고 지역의 발전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초심을 잊은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물망초심 초심불망(勿忘初心 初心不忘)’은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끝까지 잃지 말라는 경구다. 선출직이 유권자와 신의를 쌓는 왕도는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가짐이다.

장현정부장·hyu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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