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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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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은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立秋)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기다. 그 체면이라도 살려주려는지 비가 내렸다. 하나 말복(15일)이 지나지 않아서일까. 계속되는 폭염의 기세를 꺾기엔 역부족이다. 오히려 찜통더위가 사그라지기는커녕 폭염특보에 열대야까지 기승을 부린다. 만나는 사람마다 “더워서 못 살겠다”며 혀를 내두른다. 불쾌지수도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더위는 만만치 않다. 올여름 한국을 방문해 전지훈련을 겸한 투어경기에 나섰던 토트넘과 세비야 선수단의 입에서 ‘헉’ 소리가 나올 정도다. 속담에 ‘삼복더위에 쇠뿔도 꼬부라든다’는 말이 있다. 무더위가 말복까지는 기승을 부린다는 의미다. 입추라고 해도 말복까지는 아직 1주일이 남았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해지는 처서가 유난히 더 기다려지는 올여름이다. 찬바람 때문에 모기 입도 비뚤어진다는 처서(23일)까지는 15일만 버티면 된다. ▼입추는 곡식이 여무는 때다. 옛사람들은 이날 하늘이 청명하면 풍년이 온다고 믿었다. 조선 시대에는 입추가 지나고 닷새 계속 비가 내리면 비를 멎게 해달라는 기청제를 올렸다. 이 기간에는 성 안으로 통하는 물길을 막고 샘물을 덮어 물을 쓰지 못하게 했다. 중국 진나라 정치가 여불위가 편찬한 ‘여씨춘추’에선 “천자는 마음을 가다듬고 심신을 깨끗이 해 입추 날이 되면 몸소 삼공(三公)·구경(九卿)·제후·대부들을 거느리고 서쪽 성 밖에 나가서 가을맞이 의식을 거행한다”고 했다. ▼폭염은 경제와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 솔로몬 샹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팀은 세계 기온이 0.55도 오를 때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0.7%씩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렇지 않아도 고물가·고금리에 서민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타격을 입은 농작물 가격이 요동을 치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는 계속 치솟고 있다. 유난히 힘든 여름이다. 가을맞이 의식을 해서라도 서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때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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