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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분할통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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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대한 경찰들의 반발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상민 장관의 쿠데타 발언에 더해 총경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에 대한 신속한 대기발령 조치까지 알려지면서 경찰들의 반발과 분노의 강도는 한층 더 거세지고 있다. 비록 철회 입장을 밝히기는 했지만 14만명에 달하는 경찰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회의까지 계획됐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기강 해이''라는 엄포로 끝낼 정도의 수준은 아닌 듯하다. ▼그런데 이상한 말이 들려온다. 총경회의를 주도한 이들의 대다수가 경찰대 출신이라는 분석(?)이 그것이다. 경찰대를 졸업하면 바로 경위로 임관되는 그동안의 사실들을 불공정이라고 정의 내린다. 그리고 이내 경찰대 개혁으로까지 논의를 확장시킨다. 행간에는 “대다수의 경찰은 묵묵히 일하고 있는데 특정 대학 출신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선동을 하고 있다”는 뜻이 숨어 있다. 경찰들의 움직임을 ‘부화뇌동'' 정도의 치기 어린 행동으로 애써 폄훼하고 있는 것이다. ▼전형적인 분할통치(Divide and rule) 예와 다르지 않다. 소수의 지배자가 다수의 피지배자를 통치하기 위해 손쉽게 써먹는 수법이다. 피지배자들 사이에 대립과 갈등, 분열을 일으켜 단결을 못 하게 하는 전략이 그 중심에 있다. 정치권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이용해 먹는 ‘갈라치기''와 그리 다르지 않다. 경찰국 신설의 직접 대상자인 경찰들에게 어떠한 설명도 대화도 없던 정부가 꺼내 든 칼이라는 게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주로 제국주의 국가들에 의해 행해진 분할통치는 아직까지도 많은 폐해를 낳고 있다. 로힝야족에 자행된 학살이나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갈등, 남수단 사태 등이 모두 분할통치가 남긴 슬픈 흔적들이다. 위대한 작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이런 말을 남겼다. “‘분열시켜 통치하라'', 좋은 구호다. ‘단결시켜 이끌어라'', 더 나은 구호다.” 아무리 상명하복의 대상이라도 대화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오석기문화체육부장·sg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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