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정부 강경대응·경찰 집단행동, 피해자는 국민

이상민 장관, 경찰서장 회의를 하나회와 비교
경찰, 30일 경위·경감급 팀장 회의 예고
정부, 관련법 개정 野와 소통·경찰 의견 수렴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총경들이 개최한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대해 “경찰서장 모임을 주도하는 특정 그룹이 있다”며 “하나회가 그렇게 출발했고, 12·12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이 경찰서장 모임을 쿠데타를 일으킨 하나회와 비교한 것은 부적절하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정부의 대국민 설명은 신중하고 정제된 말이어야 국민의 공감을 살 수 있다. 이 장관의 말은 일선 경찰들에게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고 말았다. 오는 30일 경위·경감급 팀장 회의가 예고되는 등 경찰 반발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팀장 회의에 일선 파출소장도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강원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은 “15만 경찰 조직을 충분한 논의도 없이 지휘 규칙 제정으로 졸속 통제하려고 해 놓고, 이에 대한 반발 분위기를 평가절하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강원청 직장협의회는 이날 “전국 15만 경찰은 류삼영 총경과 함께합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걸며 경찰서장 회의를 거듭 지지했다. 이런 광경을 지켜보는 국민은 답답하다. 정부의 강경대응과 경찰의 집단행동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경찰의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권도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토해내는 “국민 혈세로 월급을 꼬박꼬박 받는 이들의 배부른 밥투정, 경찰 가운데 수사와 관련된 2만명이 다 들고 일어난다면 징계하지 못할 것” 등의 발언들은 사태를 수습하기보다는 부추기는 행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경찰의 지휘체계가 바뀌는 변화를 앞두고 이해관계자들은 서로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다. 그러나 그 의견 표출은 상식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쿠데타 발언과 집단행동 등의 의견 표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정부와 경찰은 해법을 찾기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한발 물러서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차분하게 되돌아보고 개선책을 찾아야 할 때다. 행안부는 경찰국 신설안 발표 즉시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내달 2일 시행을 밀어붙일 태세다.

입법 사항인데 정부조직법 개정 없이 시행령만 고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있다. 경찰국 신설이 자칫 경찰을 길들이기 위한 포석으로 비쳐선 곤란하다. 경찰도 그들의 집단행동이 치안 부재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는 것을 겸허하게 들어야 한다. 또한 경찰이 그동안 엄격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켜 왔는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인식할 때 해법이 나올 수 있다.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한 논의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수사를 담당하는 국가수사본부의 위상과 독립성 보장 방안, 아직 걸음마 단계인 자치경찰제 강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관련법 개정을 위해 야당과 소통하고 경찰 의견도 경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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