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반도체학과 증원, 지방대학은 안중에도 없나

학과 개설 의향 조사 대부분 수도권 대학
열악한 환경 지방대학 배려 전혀 없어
지방-수도권 대학, 같이 경쟁해선 안 돼

윤석열 대통령이 올 6월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는 국가 안보 자산이자 우리 산업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이후 반도체 특성화대학 지정 및 학과 개설, 관련 학과 정원 확대 등이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학령인구 감소 등의 위기에 따라 대학들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반도체 등 학과 신설을 통해 대학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수도권 대학들은 벌써 대기업과의 계약학과 개설을 앞두고 있다. 미래인재 확보를 위한 대학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문제는 지방대학이다. 정부가 지방대학과 수도권대학이 동일한 조건하에서 경쟁해 반도체 인력을 육성하도록 하겠다는 방안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방대학 배려는 안중에도 없다. 교육부가 최근 사립대 13곳과 국립대 27곳을 대상으로 반도체 관련 학과 개설 의향 등을 조사했다. 이 중 사립대 13곳은 모두 수도권 소재 대학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대 안에는 강원대를 포함한 거점국립대 8곳과 강릉원주대를 비롯한 국가중심국공립대 18곳, 그리고 서울대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고, 이 중 5곳이 서울 또는 경기 등 수도권 소재 대학에 해당한다.

반도체 인력 양성의 시급성에 대한 정부 목표는 이해하지만 지방대학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방 소재 대학과 수도권 대학을 동일선상에 놓고 경쟁시켜서는 곤란하다. 지금 지방대학의 현실은 처절하다. 2021년도 전체 대학의 충원율은 91.4%로 미충원 인원이 4만586명이었다. 특히 지방에 소재한 대학을 중심으로 2021년도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이 있었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입학이 가능한 학생 수가 줄어 ‘벚꽃이 피는 순서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지방에 소재한 대학 및 전문대학의 2021학년도 신입생 충원율이 수도권보다 낮았다. 2021학년도 정시모집에서 미달이 발생한 167개 대학이 2만6,000명을 추가로 선발했고, 지방대학은 추가로 모집한 학생의 91%를 선발했다. 지방대학의 지원자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반도체학과 증원 정책에 버금가는 지방대학 육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방대학이 입학정원을 충원하지 못하는 문제가 지속되면 대학은 존폐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지방대학은 지역의 경제, 문화, 복지 등 지역생활의 중심이다. 단순히 고등교육기관이 아니라 지역의 주민들이 문화적 소양을 함양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역의 고등교육체계가 무너지면 지방의 인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지방공동화가 발생해 국가의 균형발전에도 악영향을 준다. 역대 정부에서 지방대학을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법률을 제정했지만 지방대학의 교육 경쟁력 강화와 교육 여건 개선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무엇이 문제인지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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