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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연 "농구선수 출신 고졸여성이 은행 지점장까지 된 비결요? ...버텨야 한다는 간절함 때문 ... 나를 믿어야 얻을 수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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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스토리] 이혜연 하나은행 춘천지점장

◇이혜연 하나은행 춘천지점장이 4일 신형철 강원일보 경제부장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세희기자

국내 시중 은행과 인터넷 은행 등에서 여성 임원 비율은 크게 낮다. 최근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여성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금융권의 유리천장은 유독 두껍다는 인식이 높다. 춘천 중앙로에 위치한 하나은행 춘천지점의 이혜연(45) 지점장은 지방 금융권에서 보기 드문 제1금융권 여성 지점장이다. 춘천 출신으로 초·중·고 시절 운동 선수로 활동했던 특이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올 1월부터 춘천지점장을 맡고 있다. 쉽지 않았던 길이라고 생각해 지난 4일 이혜연 지점장을 만났다.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녹록지 않았던 이 지점장의 25년 여정을 들어봤다.

은행 실업팀 입단 4년 만에 해체

당시 행원 신분 ... 교육 후 업무 투입

선수 출신이란 선입견 ... 남몰래 눈물도

공부에 갈증 ... 책 많이 읽은 게 도움

‘사서 한 고생'' 치열했던 2030시절

기업 여신 ‘독보적 영역'' 목표로 최선

힘든 건 똑같아 ‘이왕이면 1등 하자''

시련 닥칠 때 조급해 말고 견뎌내길

■만나서 반갑다.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이혜연 하나은행 춘천지점장이다. 춘천 출신으로 춘천의 상천초교와 봉의여중, 춘천여고를 졸업했다. 과거 농구 선수로서 서울 신탁은행으로 입단했고 현재 하나은행 춘천지점장을 맡고 있다.”(서울신탁은행은 2002년 하나은행에 인수합병됐다.)

훤칠한 키와 달리 다소 쑥스러운 표정을 짓던 이 지점장에게 궁금한 점을 바로 물어봤다. 학창 시절 농구 선수로 활약하고 실업팀에 입단해 활동했던 점이었다.

“초교 5학년 때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 신경도 좀 있다보니까 시작했는데. 사실 학교에서 시켜서 억지로 억지로 했는데 강원도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바람에 중학교까지 진학을 했다. 중학교에서 그만하려다 아버지와 당시 코치 선생님의 권유로 계속하게 됐다. 고교 3학년 때 전국대회 3등이 최고 성적이었다. 주 포지션은 초교 때는 슈팅 가드,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포인트 가드를 봤다.”

■과거 기사를 찾아보니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했는데=“학창 시절 그래도 나름 잘했다고 생각한다. 실업팀은 당시 해당 팀이 포지션상 제가 맡고 있던 부분을 필요로 해 입단했다고 본다. 사실 지금도 제가 보면 다소 왜소하다(이 지점장은 자신의 키를 172㎝로 소개했다).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든 부분이 있었고 그것을 극복하려다 보니까 부상이 좀 있었다. 그리고 스무 살 무렵 허리를 좀 다치면서 선수 생활을 오래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

■선수 생활은 얼마나 했는지?=“1994년 겨울 드래프트였으니까 1995년부터 1997년까지 3년을 뛰었다(1994년 12월13일 진행된 여자실업농구 신입선수 선발에서 13개 팀은 모두 55명을 선발했다. 신탁은행은 2순위로 이혜연 선수를 지명했다). 그리고 소속됐던 서울 신탁은행팀은 1998년 1월 해체됐다. 선수 생활이 많이 힘들었다. 학교와 실업팀은 완전히 달랐다. 체력적으로 극복하기 힘든 상황에서 한계가 왔다. 다행히 당시 은행팀의 선수는 똑같은 은행원이었다. 1998년 1월 해체가 되면서 부득이하게 은퇴가 됐고 행원으로 업무를 바꿨다.”

◇ 이혜연 하나은행 춘천지점장. 신세희기자

■은행원으로서의 생활이 쉽지 않았을 텐데=“쉽지 않았다. 해체 후 선수들은 한 달 정도 직무교육인 OJT(On-the-Job-Training)를 받았다. 그리고는 바로 서울신탁은행 회현동 지점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국고와 빠른 창고라는 업무를 맡았다. 초반에 선수 출신이라는 선입견과 함께 ‘답답하지 않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초교부터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를 하고 싶어 운동을 그만두려 했었다. 중학교 때는 4교시까지 수업을 하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봤는데 뒤처지지 않으려 노력을 많이 했었고 성적도 좋았다. 그런데 고교 때부터는 2교시만 하고 운동을 했는데 이 점이 불만이었다. ‘왜 공부할 기회를 안 주지'' 하는 점에서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그런 점에서 공부에 대한 갈증이 심했다. 그래서 책을 좋아했던 것 같았다. 운동할 때도 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됐다.”

한참을 생각하던 이 지점장은 “일을 시작하던 초반에 용어도 생소했지만 사실 20대 초반에 큰돈을 만져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한 고객이 1,000만원을 찾아 달라고 왔는데 이걸 줘도 되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예전에는 수급 발행 수수료가 50원 있었는데 한 고객이 왜 내 돈을 찾는데 돈을 내냐고 소리를 지르면서 욕을 했었다. 일을 마친 뒤 혼자 들어가 울던 기억도 있다.”

■공부에 대한 갈증이 엿보인다=“사실 과거 45세 정도 되면 그땐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하고 싶었다. 교실에서 교수님과 다른 학생들과 부딪치면서 수업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사이버대학 등이 많지만 그런 로망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점이 있다. 그랬는데 내년 정도에는 한번 사이버대를 가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요즘에 하고 있다.”

■지금까지 말을 들어보면 이 지점장은 여성, 운동 선수 출신, 고졸이라는 점을 모두 뛰어넘었다. 비결이 있다면=“현재 지점장 중 책임자 지점장의 직책을 받았고 아직 관리자 지점장으로 더 올라가야 한다.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일했다. 업무 초기 때부터 기업을 담당했는데 기업 여신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영역으로 가자는 생각을 했다. 개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자는 생각이었다. 승진을 위해 고유 업무 하나를 갖자는 생각에 사실 고생을 사서 했다. 그런데 이런 제 선택에 아이들이 많이 힘들었다. 좀 더 쉽게 갔어도 됐는데 자존심도 있었고 여기에서 살아남겠다는 생각도 많았다.”

■가족에게 많이 미안한 것 같다=“서울에서 일을 하다 춘천으로 온 이유가 아이들 때문이었다. 남편과 맞벌이여서 첫 아이는 춘천에 데려다 놓고 키웠다. 둘째에게 그렇게 하기 미안해 왔지만 여전히 새벽에 출근해 밤늦게까지 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1주일에 잘해야 두 번 볼까? 그 정도였다.”

조금 ‘독한 것 같았다''라는 기자의 말에 이 지점장은 “그렇죠. 좀 독하게 했던 건 맞아요. 왜냐하면 저는 그러니까 간절함도 있었죠”로 답했다.

■왜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는지 궁금하다=“20대 중반에 집안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져 가장의 역할을 떠안게 됐다. 고교 졸업 후 실업팀에 입단할 때는 대학에 가고 싶었다. 그때는 아버지와 코치 선생님을 많이 원망했다. 그런데 갑자기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자 실업팀에 입단한 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집안이 어렵게 되면서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누군가가 명퇴를 하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나에게 ‘명퇴''는 사치다라는 생각을 했다. 무조건 여기에서 버텨야 했다. 아마도 ‘가장의 역할''이 성공해야 한다는 점의 원동력 중 하나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20세 때부터 30대까지는 별로 기억이 없다. 그냥 되게 치열하게 살았던 것만 기억된다. 반대로 요즘 심리적으로 되게 여유로워졌다.”

이즈음 이 지점장의 별명이 궁금했다. 또 직원들이 많이 힘들 것 같다고 지적하자 이 지점장은 “가끔 전임 지점장들이 ‘독사''라고 불렀다. 때론 ‘주장 언니''라고 불렀던 분도 있었다. 그리고 이왕 하는 거 1등 하자는 것이 제 방식이다. 그런데 저도 같이 움직인다. 사실 꼴찌를 해도 힘들고 1등을 해도 힘들다. 어차피 힘든 건 똑같다. 직원들과 함께 같이 노력하려 한다.”

잠시 생각하던 이 지점장은 “간절함이 가장 컸다. 간절하니까 무엇이든 허투루 할 수 없다. 돈을 받았으면 돈에 맞게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한다. 무임승차하면 안 되는거 아닌가.”

■마지막으로 춘천여고뿐만 아니라 강원도의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스스로를 믿어야 한다. 처음부터 완성형은 없다. 시행착오를 겪고 시련에 부딪쳐 힘든 순간도 있겠지만 그럴 때마다 자신을 믿고 응원해야 한다. ‘할 수 있다'' ‘잘 해낼 것이다'' 등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그런 시간을 견뎌내면 단단해지고 자신감도 생기고 당당해진 나를 만나게 된다. 그 순간이 오면 나에게 오는 좋은 기회를 알아 볼 수 있는 혜안이 생긴다. 또 나를 응원하는 좋은 사람들도 주변에 많아지게 된다. 자신을 믿고 응원하세요. 저도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

신형철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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