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나 홀로 떨어지는 쌀값, ‘소비 운동’으로 해결되겠나

물가는 치솟고 있지만 쌀값은 오히려 폭락하고 재고가 쌓여 가고 있다. 통계청의 산지 쌀값 동향 조사 결과 올 6월 20㎏ 쌀 평균 가격은 4만5,537원이다. 이는 2021년 같은 기간 5만5,904원과 비교해 1만367원이나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5만5,355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뒤 11월 5만3,360원으로 떨어진 데 이어 8개월 연속 낮아졌다. 소매가도 하락세다. 하지만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나 홀로 폭락 중인 쌀값 사태를 정부의 늑장 대처가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햅쌀 출하를 앞둔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신뢰할 수 있는 쌀값 안정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쌀값 폭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지난해 대풍이 꼽히고 있다. 2년 전 흉작으로 쌀 생산량이 줄고 쌀값이 오르자 농민들은 벼를 더 심었다. 지난해 벼 생산 면적은 73만2,477㏊로 20년 만에 처음 증가했다. 쌀 생산량 역시 388만톤으로 6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도내의 경우도 지난해 15만6,000톤을 생산해 전년 생산량 12만7,000톤보다 22.1%나 늘었다. 결국 쌀 생산량이 수요를 크게 웃돌면서 쌀값이 떨어지게 됐다. 이른바 ‘풍년의 역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데에는 정부의 부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빗나간 수급 조절 정책도 한몫을 했다는 지적이다. 쌀 수요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2012년 69.8㎏에서 지난해 56.9㎏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공공기관, 학교 급식 납품 등이 축소되면서 쌀값 하락을 부추겼다.

쌀 가격 하락은 곧바로 농가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현재 농협이 하고 있는 쌀 수매와 방출 제도를 이전처럼 정부가 수매하고 목표 가격제를 도입하는 등 정부 차원의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쌀값이 폭락하자 강원도와 농협 강원지역본부 등은 대대적인 쌀 소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쌀값 폭락의 장기화는 민간의 쌀 소비 촉진 운동 정도로 해결할 수 없다. 국제적으로는 곡물 가격이 치솟아 식량 위기라고 난리인데 귀중한 식량인 쌀 문제를 이렇게 허술하게 다뤄서는 안 된다. 정부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CPTPP 회원국의 농수산물 관세 철폐율은 96%에 이른다. 사실상 전면 개방에 가까워 농어업계에선 국내 농산물 값 급락을 우려하고 있다. 쌀뿐 아니라 밀과 콩, 옥수수 등 식량 자원의 생산과 유통에 대한 정부 차원의 통합 정책의 수립과 시행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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