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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위원회 대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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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순 논설주간

위원회의 순기능이 있다. 즉, 민간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다 보면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가 나온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위원회가 활발한 토론을 갖는 등 제 역할을 할 때만 가능하다. ▼우리나라 위원회 역사는 깊다. 혈연을 중시한 탓에 생겨난 씨족평의회와 종족평의회 등이 현재의 위원회와 같은 역할을 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도 위원회 기능의 제도가 있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자문위원회, 조정위원회, 행정위원회, 독립규제위원회 등 정식으로 위원회 명칭이 등장하게 된다. 그 후 오늘날에 이르면서 우후죽순처럼 위원회가 생겼다. 대통령·국무총리·중앙 행정기관에 설치된 정부기관 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600개를 넘어섰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전체 정부위원회는 대통령실 소속 20개, 국무총리실 소속 60개, 부처 소속 549개 등 모두 629개(2022년 6월30일 기준)로, 대통령실 소속 위원회에서만 연평균 약 33억원의 예산을 쓴다. ▼지방자치단체 산하 위원회는 매년 1,000개씩 늘고 있다. 2020년 12월31일 기준 지자체 위원회 수는 정부기관 위원회 수의 43.6배인 2만7,000여개에 달했다. 2015년만 해도 2만1,700여개 수준이었는데, 최근 5년간 연평균 1,000개씩 증가한 것이다. 위원회 한 곳당 위원 수를 10명이라고 가정하면 전국 각지에 27만명의 위원이 있는 셈이다. 지자체 전체 공무원 수(29만명)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소속 위원회를 최대 70%까지, 각 부처 소속 위원회를 최대 50%까지 폐지하는 등 방만한 정부위원회를 대대적으로 정비한다고 최근 밝혔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조직 정비 차원에서 위원회를 정리하곤 했다. 그런데 문제는 위원회 조직 정비가 거의 정기적으로 되풀이되고 있음에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조직과 인력을 줄이자는 주장보다는 늘리자는 요구가 항상 많은 법이다. 이러한 행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위원회 정비는 변죽만 울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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