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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청년층 채무조정, 옥석 가려 모럴해저드 최소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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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최근 열린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추진현황 및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주식, 코인 등 투자로 손실을 본 저신용 청년들을 위한 ‘청년특례 채무조정 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만 34세 이하 신용평점 하위 20% 청년들을 대상으로 채무 정도에 따라 이자를 30~50% 감면하고, 최대 3년간 원금 상환을 유예하며 해당 기간 이자율을 3.25%로 유지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정부가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의 하나로 내놓은 청년층 채무조정 방침을 놓고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대한 책임을 청년이라는 이유만으로 감면해 준다면 어떻게든 빚을 갚아보려고 노력해 온 사람들은 오히려 피해 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힘들면 돈 갚지 않아도 된다''는 그릇된 메시지로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논란이 이어지자 금융위원회는 “향후 금융권과 협의해 지원 대상과 심사 기준을 세밀하게 설계·운영해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고, 필요한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년층의 빚을 탕감해주는 조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형평성에 어긋나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청년층 표심을 겨냥한 포퓰리즘''이라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물론 코로나 사태라는 국가적 재난에 이어 고금리·고물가 등 금융 환경의 악화로 궁지에 몰린 취약계층에 대한 선제적 지원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당국이 발 빠르게 대책을 내놓은 것도 다행스럽다. 하지만 지원책 마련에 매달린 나머지 부작용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사회 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취약계층을 돕더라도 ‘정상적으로 빚을 갚아 온 사람들이 바보''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금융 당국은 정상적으로 빚을 갚아 온 성실 채무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후속 방안을 다듬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무조건적인 채무 탕감보다는 장기 상환 등 채무자 스스로 책임지는 방식으로 연착륙을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개인의 빚을 정부가 덥석 구제해주는 건 원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은행의 개별 심사 과정에서 부채에 대한 철저한 옥석 가리기로 모럴해저드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세밀한 지원 대상과 심사 기준이 요구된다. 불공정·역차별 논란을 잠재우고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신용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는 대책이 마련될 수 있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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