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복날’

16일은 초복이다. 개와 닭이 수난을 겪는 ‘복날'이다. 우리의 개고기 식용은 오래됐다. 고구려 벽화에도 개 잡는 장면이 등장할 정도다. ‘중종실록'에는 이팽수라는 사람이 당시 권세가인 김안로에 개고기를 뇌물로 바쳐 요직에 올랐다는 기록이 전한다. 조선시대에는 모든 계층이 즐겼던 것으로 보인다. 궁중 수라상에도 개고기찜이 올랐다. 닭백숙에 인삼을 추가한 삼계탕은 역사가 길지 않다. 20세기 중반 이전 문헌에서 삼계탕(옛 이름 계삼탕)이란 말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이제는 복날에 삼계탕을 더 찾는다. ▼1964년 제18회 일본 도쿄올림픽 때 미국 등 구미 여러 나라는 야만스럽게 날것을 먹는다는 이유로 ‘생선회(사시미)'를 문제 삼았다. 지금은 그들도 즐기는 음식이 됐다. 이를 두고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그의 저서 ‘음식문화의 수수께끼'에서 “각 민족의 먹을거리를 결정하는 것은 문화적 전통”이라고 했다. 문화다원주의적 시각으로 보면 한국의 보신탕도 이해하지 못할 문화는 아니다. ▼논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개고기 음식이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반려견 인구가 크게 늘고 ‘개고기 문화=야만'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에는 국민 10명 중 9명이 보신탕 판매를 금지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최근엔 찬성이 5명 중 1명도 안 된다는 통계가 있다.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보신탕집도 크게 줄었다. 개고기집 간판을 보기 힘들어질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개는 가장 먼저 가축이 된 포유류다. 인간의 사육 기록으로는 기원전 9500년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조상은 이리나 자칼 등으로 추정한다. ‘여기에 그의 유해가 묻혔도다. 그는 아름다움을 가졌으되 허영심이 없고, 힘을 가졌으되 거만하지 않고, 용기를 가졌으되 잔인하지 않고, 인간의 모든 덕목을 가졌으되 악덕은 갖지 않았다.' 영국 시인 바이런이 동고동락하던 개 보우슨이 죽자 그의 영전에 바친 글이다. 지금 시대의 개와 사람의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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