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곤드레에 막장 ‘쓱싹쓱싹’ 소박하지만 건강한 한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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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 추억의 맛 ‘곤드레' 이젠 관광객 부르는 효자

곤드레 800m 이상 고산서 자라

조금만 먹어도 속이 든든 건강식

정선아리랑시장 내 대표 먹거리

쫀득한 감자옹심이·통메밀부침

콧등치기·올챙이국수도 이색적

구불구불 산길이 끝없이 이어진 정선의 산자락, 여름 향기가 솔솔 올라오는 5~6월 무렵이면 허리를 숙이고 눈 맞출 등산객을 기다리는 풀이 있다. 바로 정선의 마스코트 ‘곤드레'다. 가난했던 시절 강원도 화전민들을 먹여 살린 음식이자 지금은 관광객까지 끌어다 주는 정선의 ‘효자' 산나물이다. 그러나 아무나 산을 올라서는 결코 만나볼 수 없는 ‘콧대 높은' 풀이 곤드레다. 태백산맥 첩첩산중의 800m 이상 고산지대에서만 자라는데다 매년 자라는 곳이 정해지지 않고 민들레 홀씨처럼 흩어져서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산 곳곳에 자라는,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는 풀들과도 생김새가 아주 흡사해 ‘이것이 곤드레구나' 하고 알아보려면 십수년의 단단한 내공이 필요하다. ‘정선아리랑시장' 내부와 주변 곳곳에서는 이런 곤드레를 말려 팔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해 내놓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억센 나물을 말린 뒤 묵나물로 파는 곤드레부터 여린 잎을 금방 삶아 곤드레밥으로 내놓는 식당, 그리고 디저트에 넣어 현대식으로 재탄생시킨 파티세리까지, 곤드레의 생명력만큼 빛나는 정선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돌솥에 담겨 나오는 ‘동박골식당'의 곤드레밥.사진=신세희기자
◇‘싸릿골식당' 곤드레밥

■곤드레밥=먹을 것이 없고 가난했던 시절, 정선 사람들의 보릿고개를 견디게 해 준 음식은 ‘곤드레죽'이다. 정선 산과 들에서 자란 곤드레를 뜯어다 쌀과 보리 등 끼니가 될 만한 곡물을 넣고 푹 끓여 양을 불린 뒤 온 식구가 둘러 앉아 먹던 음식이다. 흔한 곡물인 감자까지 포슬포슬하게 얹으면 맛이 그만이었다고. 쌀이 귀했던 시절의 이야기이지만 그 시절을 지난 정선 사람들은 아직도 곤드레를 찾는다. 조금만 먹어도 속이 든든했고, 영양을 채우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건강을 지켜준 곤드레가 생각나서다.

시장과 군청 사이 식당 곳곳에서는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곤드레밥 맛집이 여러 군데 있다. 소박한 멋을 살려 ‘대접'에 내오는 밥집이 있는가 하면, 뜨끈뜨끈한 ‘돌솥'에 누룽지가 우러나도록 내오는 식당도 있다.

우선 군청 인근 ‘싸릿골식당'은 곤드레밥을 상품화한 ‘1세대' 식당 중 하나다. 곤드레밥 1인분을 주문하면 동그란 쟁반에 곤드레밥, 달걀, 무생채, 콩나물, 오이김치와 풋고추가 담겨 나온다. 곤드레밥집에서 입맛을 곤두세우고 먹어 봐야 할 메뉴는 ‘막장'과 ‘양념장'. 색이 진하지만 짜지 않은 강원도식 막장은 메주를 담갔던 콩의 형태까지 알알이 살아 있다.

인근 ‘동박골식당'에서는 돌솥에 담겨나오는 곤드레밥을 맛볼 수 있다. 박미숙(60) 사장이 20여년간 가게를 운영하던 정선 아우라지 출신 이모 이금자씨로부터 가게를 이어받은 지 5년째다. 집에서 하숙을 치던 이금자씨가 하숙생들에게 차려준 곤드레밥이 인기를 끌자 장사를 시작했다고. 동박골식당 곤드레나물은 5~6월 봄철에 뜯은 것만 골라 쓴다. 뜯은 나물을 냉동고에 얼려 1년 내내 제철 맛을 유지하는 데 신경쓴다. 연하고 부드러운 곤드레나물밥을 그릇에 퍼담아 직접 담근 열무김치와 무생채, 콩나물, 구수한 막장과 함께 쓱쓱 비벼먹으면 술술 들어간다.

◇‘회동집' 올챙이국수.
◇‘회동집' 콧등치기국수.

■감자와 옥수수=쌀이 귀했던 시절 배 불리는 데는 뭐니 뭐니 해도 감자와 옥수수가 가장 만만했다. 정선에서는 곤드레밥 말고도 감자와 옥수수로 만든 토속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감자는 곤드레밥의 ‘조연'이지만 여러 토속음식에서는 당당한 ‘주연' 노릇을 한다. 그런 감자가 가장 멋지게 활약하는 무대가 ‘옹심이'다. 시장에서 10분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옹심이네'에서는 정선 감자를 사용한 옹심이를 주인 전숙자(68)씨가 직접 만들어 판매한다. 투명하고 씹으면 쫀득한 정통 강원도식 감자 옹심이다. 김과 깨 가루를 뿌려 걸쭉한 듯 감칠맛이 도는 국물도 일품이다. 감자는 모두 정선 횡계감자를 사용한다고.

여름에 이곳을 방문했다면 빠트리면 안 될 메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콩국수다. 도심에서 파는 콩국수와 달리 노릇한 빛이 도는데, 색깔만큼 깊은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특별한 비법 없이 약간 노란빛이 도는 국산 콩을 삶은 뒤 소금을 약간 넣고 갈아 만드는데,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은은한 고소함과 달콤함이 밴 국산 콩의 맛이다. 점심때 식당을 방문했다면 푸짐하게 나오는 이곳의 시그니처 ‘계란 김밥'과 함께 먹어 보기를 권한다.

콧등치기국수와 올챙이국수(올창묵), 메밀묵말이, 통메밀부침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고기윤(39) 대표가 20여년간 장사를 해 오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식당 ‘회동집'의 음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진심이 담겨 있다. 맷돌로 갈아 죽을 쑨 다음 묵 틀에 부어 찬물에 헹군 올챙이국수는 잔잔한 맛이 일품이다. 쫄깃쫄깃한 콧등치기국수는 후루룩 삼키면 콧등을 치고 막장을 푼 국물이 구수하다. 음식을 주문하면 여름철 왕고들빼기를 비롯해 민들레, 시래기, 곤드레 등 계절별로 색다른 장아찌가 입맛을 돋운다.

◇‘옹심이네' 콩국수
◇‘디저트 와와' 만주

■지역색 살린 디저트=시장 안쪽으로 쭉 들어서면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정선의 명물 ‘디저트 와와' 간판을 볼 수 있다.

이곳의 사장이자 요리 강사로도 활약하는 김민희(43)씨의 디저트다. ‘디저트 와와'는 지역 색을 살린, 정직한 간식거리를 표방한다. 그 말답게 곤드레 만주에는 지역에서 나는 곤드레가 푸릇푸릇 들어가고, 단호박 쌀 주스는 설탕 양을 확 줄여 절제된 단맛을 자랑한다. ‘쌀 주스'는 전통술까지 섭렵한 김 대표가 식혜를 재해석해 만든 음료다. 시장 입구 건물 2층에 있는 ‘알지카페'는 서울에서 골동품 숍을 운영하던 최효선(42) 대표의 안목이 곳곳에 묻어나는 사랑방이다. 추천 메뉴는 ‘더덕라테.' 지역 농민들에게 알음알음 구매한 신선한 더덕을 우유에 넣고 시원하게 갈아 마시면 속도 든든하고 더위도 싹 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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