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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조문 정치’

어떤 죽음은 진실을 드러내지만 어떤 죽음은 진실을 은폐한다. 한 사회가 죽음을 평가하고 해석하는 과정은 사회적 교육의 장이 된다. 장례의식은 죽음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만든다. ▼1994년 북한 최고지도자 김일성의 사망으로 조문단 파견의 적절성을 둘러싸고 한국 내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당시 남북한은 남북정상회담을 결정하고 준비하는 중이었다. 한쪽에서는 정상회담을 준비 중에 있었기 때문에 북한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인정해 조문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6·25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에게 조문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었다. ▼대통령의 직접 조문은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것은 정치적 메시지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조문 정치다. 대통령의 조문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통령은 국무총리나 비서실장·수석비서관·장관을 국내외에 보내 조전이나 조의를 전하고, 훈장을 추서하기도 한다. 대통령이 직접 빈소를 찾는 경우는 드물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1년 2월17일 “술 한 잔 올리고 싶다”며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을 조문했다. 빈소를 찾은 것은 2019년 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김복동 할머니 이후 두 번째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국회의원 시절 후원회장이던 남덕우 전 총리, 2015년엔 사촌언니이자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부인 박영옥씨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았다. 조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가장 많았다. 그는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를 차례로 찾았고, 소설가 박경리씨 등 사회 각계 인사들도 두루 조문했으며, 대선 때 도와준 김덕룡 전 장관의 모친상가도 찾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만간 주한일본대사관 측이 마련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분향소를 직접 찾아 조문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진석 국회부의장, 중진 의원들로 구성된 조문 사절단도 일본에 파견키로 했다. 윤 대통령의 조문과 조문 사절단 파견이 얽히고설킨 한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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