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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토사구팽(兎死狗烹)’

토사구팽(兎死狗烹)은 교활한 토끼가 잡히고 나면 충실했던 사냥개도 쓸모가 없어져 잡아먹게 된다는 뜻이다. 중국 춘추시대 월나라 재상 범려의 말에서 유래됐다. 월나라 왕 구천은 패권을 차지한 뒤 가장 큰 공을 세운 범려와 문종을 각각 상장군과 승상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범려는 구천은 영화를 함께 누릴 수는 없는 인물이라 판단하고 제나라로 간다. 그리고 문종에게 “새 사냥이 끝나면 좋은 활도 감추어지고, 교활한 토끼를 다 잡고 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피신하도록 충고했다. 하지만 문종은 월나라를 떠나기를 주저하다가 구천에게 반역의 의심을 받은 끝에 자결하고 말았다. ▼대한민국 정계에서도 토사구팽은 비일비재한 일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이범석은 외유로, 양우정 의원은 구속시키는 등 자신을 지지했던 조선민족청년단 정치인들을 숙청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집권 후에 중앙정보부장을 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김종필, 김형욱, 이후락 등을 내쳤다. 초대 중앙정보부장이자 박정희의 조카사위인 김종필은 사실상 유배를 당하며 ‘자의 반 타의 반''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김영삼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김재순 전 국회의장은 1980∼1990년대 7선 의원을 지낸 정가 거물이다. 1992년 대선에서 김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었다. 다음 해 YS가 집권하자마자 공직자 재산 공개에 나서면서 부정 축재 의혹에 휩싸였다. 결국 김 전 의장은 사퇴 압력을 견디지 못해 ‘토사구팽''이라는 말을 남기고 정가를 떠났다. 이때부터 이 말은 세간에 널리 회자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한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두 번째 징계 심의가 7일 열린다.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은 물론 당의 운명까지 좌우될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이다. 국민의힘 내부의 권력투쟁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토사구팽''이 반복된다면 당과 정치의 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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