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팬덤정치

인생을 살면서 무언가에 흠뻑 빠져 그 대상을 자신과 동일시하거나, 광적으로 좋아하거나,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로 집착하는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은 한다. 1970~1980년대 인기 절정의 팝 아티스트들의 내한 공연장에서 펼쳐졌던 열광적인 장면을 기억하는 이가 많다. 팝송 ‘원티드(Wanted)'로 명성을 구가했던 영국 출신 가족 그룹 ‘둘리스'의 1981년 내한 공연장에서 열광하던 팬들의 TV 속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오빠부대'는 인기 스타를 향한 순수한 응원을 하며 자신도 성장했다. ▼‘광신자'를 뜻하는 영어 ‘Fanatic'의 Fan과 ‘영지(領地) 또는 나라'를 뜻하는 접미사 Dom의 합성어인 팬덤(Fandom)이 자주 회자된다.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거나 몰입해 그 속에 빠져드는 사람을 일컫는 표현이다. 열정과 몰입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평범하거나 일상에서 얻을 수 없고 일으킬 수 없는 차원의 성취와 변화를 얻는다. ▼정치에서 팬덤이 시끄럽다.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노사모가 한국 팬덤정치의 시작이란다. 이제 일반화하다시피 해 웬만한 정치인이면 대부분 열성 지지층으로 구성된 팬덤을 자랑한다. 얼핏 들으면 명칭도 비호감스럽지만, 멤버들끼리 좋아 정했으면 그만인 게 팬덤이다. 우리식대로 하려고 의기투합한 팬덤에서 남의 눈치 볼 일은 없어도 된다. ▼대중 스타와 정치인은 차이가 있다. 대중 스타는 자신이 추구하는 영역에서 인기를 얻고, 이를 추종하는 취향의 팬들을 만족시키는 감성으로 충분하다. 정치인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직결된 영역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맘에 드는 정치인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내고 지지하면 그만이다. 지지하는 정치인과 다른 입장과 의견을 가진 정치인을 공격하는 팬덤은 민주주의를 퇴보시킨다. 정치인에 대한 무조건적 맹종과 지지는 자신의 삶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정치는 감성보다 이성의 영역에 남게 둬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역경을 헤쳐 온 정치인을 존경하는 선에서 팬덤정치는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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