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총선
총선
총선

스포츠일반

[허남윤이 만난 사람]허구연"강원도 '야구도시'로 성장할 곳 많아…지역경제 활성화 될 것"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야구인 최초 KBO 수장 오른 허구연 총재

◇본보 허남윤 문화체육부장이 지난 8일 서울 KBO 사무실에서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오른쪽)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가 태동할 당시 춘천은 야구 중심지였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추억의 팀 ‘삼미슈퍼스타즈'의 개막전 경기가 ‘강원도 춘천'에서 열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 후 40년. 현재까지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불리는 프로야구에 강원도를 연고로 하는 구단은 없다. 그래서 강원도에서는 프로야구 경기를 볼 수 없고 팬들은 다른 지역 연고팀들을 응원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우리는 언제쯤 이 서러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한국야구위원회(KBO) 허구연 총재는 “인프라 구축을 통해 강원도에서 야구 붐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야구 인프라 프로 뿐만 아닌 아마추어·일반인에게도 필요

KBO 야구센터 추진중…횡성 시설 보완하면 최적의 조건

전국 동호회 1만5천개 전지훈련지 조성 경제효과 엄청날 것

야구인으로는 최초로 KBO 수장 자리에 오른 그는 강원도에서 프로야구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여러 조언을 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KBO 총재 집무실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였다.

■선수와 감독, 해설위원을 경험하고 KBO 총재까지 됐다. 정말 한 평생을 늘 야구와 함께 지내는 산증인이란 생각이 든다=“초등학교 6학년 때 야구를 처음 시작했고, 그게 계기가 돼서 현장에 있었고, 해설도 하고, 글도 쓰고 있다. 지금은 KBO 일을 도우면서 야구 인생을 누리고 있다. KBO 총재는 정말 갑작스레 제의가 들어오면서 준비 과정 없이 맡았기에 당황스러웠고,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지금 과정을 조금씩 밟아 가며 알아가는 단계다. 현재 우리 야구계는 풀어야 할 숙제가 상당히 많아 솔직히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울 정도다. 어쨌든 야구인이기 때문에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하는 것이 현재 당면 과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나라의 야구 인프라 구축을 강조해 왔다. 무슨 의미인가=“야구라는 종목은 다른 종목과 달리 일정한 공간이 없으면 하기 힘들다. 야구장이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사실 야구를 확대 보급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프라를 계속 강조했던 이유는 교실 없이 학생을 모집하는 것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인프라가 확충되면 프로구단만이 사용하는 야구장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동호회라든지 아마추어나 일반인들이 즐길 수 있는 야구장이 생기는 것이다. 전반적인 야구 붐이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는 의미다.”

■수년 전 강원도 횡성을 방문해서 이런 얘기를 한 것으로 안다= “강원도 여러 곳을 다닐 기회가 있어서 찾아간 적이 있다. 그때 강원도에서는 횡성군이 매우 바람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공근면에 있는 횡성베이스볼파크는 야구장 4면을 갖췄더라. 그래서 직접 가서 조언도 했고 도움도 드렸다.

양구, 화천도 찾아다니며 야구장 시설을 살피기도 했다. 잘 조성하면 강원도에도 야구 붐이 크게 일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KBO 차원에서 이 같은 인프라 구축을 위해 갖고 있는 계획은 있나=“조만간 본격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남해안 벨트를 조성하고자 한다. 비시즌에 외국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야구팀들이 우리나라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자는 취지다. 아무래도 겨울에도 날씨가 따뜻한 남해안이 제격이다. 이제 곧 민선 8기가 시작하는 만큼 각 자치단체장도 만나려고 한다. 인수위에서도 의견을 냈는데 지속적으로 정부부처와 국회와도 의견을 나눌 것이다. 또 KBO 차원에서 야구센터 조성을 위한 공모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야구센터는 어떤 콘셉트인가=“한마디로 야구와 관련된 모든 것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일단 경기를 할 수 있는 구장이 다수여야 한다. 실내연습장과 웨이트트레이닝 공간도 갖춰야 한다. 경기 시설 뿐 아니라 세미나와 교육이 가능한 공간도 있어야 한다. 거기에 선수들, 동호인들이 머무를 숙소도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야구센터가 들어서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는데 강원도에서는 횡성이 그 바운더리 안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조금만 시설을 보완할 경우 최적이라는 판단이다.”

■자치단체에서의 관심도 필요할 것 같다=“야구장은 어느 지자체건 관심만 가지면 충분히 세울 수 있다. 현실적으로 강원도에 당장 프로 팀이 생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에 대안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 전지훈련지로서 자리매김하는 것도 방법이다. 미국의 플로리다나 애리조나, 일본의 오키나와, 미야자키의 경우가 같은 예다. 프로 구단들이 많이 찾는 이곳들은 스프링 캠프가 열리는 기간 해당 지역의 경제효과는 엄청나다. 자치단체에서 레저와 연결고리를 찾아 관광자원화한다면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 강릉의 경우 해양 스포츠와 연계된다면 좋지 않을까.”

■해당 지자체에는 어떤 경제적 효과가 있나=“야구 인프라가 충분하면 프로야구 구단뿐만 아니라 전국 야구동호회에서 몰려들 것이다. 전국에 야구동호회 수는 1만5,000개 정도다. 엄청난 수요가 아니겠나. 이들이 와서 지역에서 자고, 먹고, 쓰는 비용이 적지 않다. 전지훈련을 오는 팀들은 1~3개월을 머물기도 한다. 당연히 지역에는 경제적 효과가 크다.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이미지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투자한 만큼 효과가 있을 것이다.”

■야구와 연계한 자치단체의 성공 사례를 소개해 달라=“미국이나 일본은 실제 지역경제로 연결되도록 치밀하다. 미국 뉴욕시는 뉴욕양키즈에 양키스타디움을 지을 부지를 제공하면서 40년간 고작 400달러의 임대료를 받는다. 구단은 관람석과 다양한 편의시설에 투자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수준 높은 경기로 열광하게 만든다.

NC 다이노스 창단으로 경남 창원시의 이미지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지켜보면 된다. 충북 보은군은 스포츠파크 야구장이 잘 조성되면서 경기도 많이 열리고, 무엇보다 프로팀 없이도 야구로 성공한 지자체로 알려졌다. 벤치마킹해 볼 만하다. 경기 수원시는 지난해 KT가 우승했을 때 카 퍼이드까지 기획할 정도였다. 비록 코로나19로 무산됐지만, 스포츠에 얼마나 관심을 두는지 좋은 사례다.”

■조금 다른 얘기이지만, 강원도에서 프로야구 경기가 열릴 가능성은 없나=“프로야구 경기가 열리지 않는 곳은 강원도와 전라북도, 제주도 정도다. 프로구단이 마케팅 차원에서 시즌 중 몇 경기를 다른 지역에서 열 수는 있겠지만, 구단과 상의를 거쳐야 한다. 조사를 해 보니 춘천 송암구장의 경우 1군팀이 경기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안 돼 있다. 선수들 부상 위험이 있기 때문에 경기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선수협의회가 일단 수긍할 수 있도록 프로경기가 가능한 시설부터 갖춰지면 그때 가서 프로팀 경기를 치르는 방안을 심사숙고할 수 있다.

구단 역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문제다. 홈 경기 효과를 누리지 못하면서 관중 수입도 내지 못할 수 있다. 자치단체가 구단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한다.

프로팀 2군 유치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시설을 잘 갖춰 놓고 인센티브 등을 구단의 입맛에 맞게 마련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우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1988 서울올림픽, 2002 한일월드컵,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4대 메이저 경기를 모두 유치했다. 스포츠는 국격을 높이고 지대한 경제 유발효과가 다분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자치단체도 국제대회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정작 국내 스포츠 문제에는 관심이 적은 게 문제다. 프로야구 구단을 설립하기는 힘들더라도 지자체에서 조금만 야구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얼마든지 경제 활성화 방법을 만들 수 있다. KBO도 강원도 및 각 시·군과 접촉하겠다. 앞으로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 달라.”

문화체육부장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